왜 늘 블로그만 켜면 '글쓰기'를 누르기가 어렵고, '글쓰기'를 겨우 누르고 나면 한 자도 타이핑 하기가 어려운지 ..^^
오늘은 겨우겨우 '글쓰기'를 눌러 놓고도 뭘 적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
요즘 매우 즐겨 이용하는 밀리의 서재를 떠올리며 독서노트(혹은 독후감)을 적어보기로 마음 먹고,
다시 또 독서노트를 적지는 못하고 '독서노트 쓰는 법'에 관한 책을 찾기 위해 밀리의 서재를 켰다(?)
이 무슨 바보같은....... ㅎㅎㅎ 그냥 좀 뭐라도 적지.. 핵답답!
그리고 읽게 된 김익한 저자의 <거인의 노트>
글을 "쓰겠다고" 펼친 노트북은 또 한 켠에 놓고 다시 글을 "읽고" 있는 나에게 상당한 불만을 가진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책 초반부에서, 제쳐둔 노트북에 다시 손을 올리게 하는 문장을 발견했다.
"나는 기록형 인간이다. 기록은 내 생활의 일부이고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밥 먹듯이 기록하고 있다."
나는 분명히 기록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한다.
아주 어린 학창시절부터 글쓰기 숙제나 시험이 있으면 적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분량을 조절해야 했을 만큼
한 번 글쓰기를 시작하면 줄줄 너무 잘 나와서 문제일 정도고, 나태함에 꾸준히 하지는 못했고 썼다 지운 글도 많지만 이 블로그도 벌써 개설한지 10년이 되었다. (방금 메일함에서 확인해보고 정확히 10년이란 사실에 좀 놀람..)
이런 내가 '글쓰기' 버튼을 누르기 그토록 힘들어하는 이유 역시 나는 잘 알고 있다.
(역시나 나태함에 꾸준히하지는 못했지만) 한참 인스타를 열심히 할 때는 사진 한 장에 5~6줄 정도의 글을 같이 올렸는데, 인스타 오류 혹은 복붙 과정 중 실수 등으로 글이 다 날아가도 그 5~6줄의 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다 다시 적을 수 있을 만큼(전체를 통으로 외웠 만큼), 글을 적는 내내 전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적는 편이었다.
어쨌든 일기장이 아닌 SNS에 올리는 글은 남들 보라고 쓰는 거고, 그렇다면 좀 더
- 글이 술술 읽히길, 흐름이 매끄럽길, 글 맛이 살아있길,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가감없이 고스란히 담기길 ..
적고 보니 SNS에 불과 5~6줄 올리면서 참 많이도 신경쓰면서 올렸다 싶지만 실제로 나는 그랬다.
여행 중에 맘에 들게 찍은 사진과 함께라면 특히, 어떤 글을 같이 적으면 좋을지 여행하는 내내 생각하기도 했다.
완벽주의,라고 하기엔 완벽에서는 거리가 매우 먼 글이었지만
대략 그런 류의 어떤 성향과 신념으로 글 하나를 적는 데 꽤나 공들여 노력하는 편이었고, 덕분에 블로그에는 글을 적기가 더욱 어려웠다.
그래서 그나마 적어 올린 글들은 내 생각을 많이 담지 않아도 되는 정보성 글들..
하지만 솔직한 이야기로, 타인에게 정보가 되겠다는 게 주된 목적인 글은 꾸준히 적어 나가기에 재미가 없다.
돌고 돌아 하고자 하는 말은,
"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"을 "밥 먹듯이" 기록한다는 저자의 말처럼
나도 소재와 방식을 가리지 않고 '적어 볼까?' 싶은 것들을 다 이곳에 적어봐야겠다.
생각해보니 일단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고민하고 생각하고 계획해야할 이슈들이 너무 많다.
- 아기 돌잔치, 양가 어머니와의 여행, 아기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, 남편 사업 준비 ..
이 과정에서 떠오르는 잡다한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하자.
그렇게 적어나가다가 습관이 되면 좀 더 의미 있고 값지다고 느낄 만한 기록도 하게 되겠지!
근데, 이 글도 <거인의 노트>의 독서 노트라고 해도 되려나... ㅎㅎㅎ 밀리를 확인해보니 8% 읽었다고 나오네 ㅎㅎ
8%도 읽긴 읽은거니 독서노트인 걸로!